지평선 잠수부 horizon drowner

우리들에게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지평선은 언제나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는 높은 건물들의 높낮이가 그려내는 라인과 하늘과의 경계이다. 지평선은 더 이상 순수하게 지면과 하늘을 구분 지워주는 선이 아니며 우리를 언제나 지면 아래에 잠기게 만들고 하늘과 땅의 경계를 올려다봐야 하는 상태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평선 아래에 잠긴 상태로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찾아 다니는 잠수부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이미지로서만 기억되고 있던 지평선과 실제로 작동하는 의미로서의 지평선을 구분해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망각의 상태가 고도로 발달한 사물체계와 기술공학이 구축하고 유지해주는 총체적인 도시환경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겪고 있다고 판단 되는 도시 중독이 지평선 아래로 잠수할 수 밖에 없는 상태 즉, ‘감각적으로 압축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가정 하에서, 압축된 감각을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고 더불어 기술공학과 자본이 뒤얽힌 미디어 사회, 사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거대한 구조물 같이 되어버린 상황, 그리고 그것들의 총체적 결합물인 도시 속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와 같은 존재로서의 사물들과 미디어가 이제 도구 또는 객체가 아니라 그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증식하고 사고하는 주체에 가깝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었다. 또한 지평선 아래에 잠수해 있는 상황은 잠수가 가능하게 하는 모든 기술공학이 제공해주는 압축된 환경, 압축된 감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분 상황주의자들의 역사적인 전략을 참고하여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지평선 아래로 잠수해 있는 이런 압축된 기술공학의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사물들 또는 미디어 그 자체에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 함으로서 압축 되어버린 감각을 복원하여 올려다보지 않아도 되는 지평선에 접근해 보려고 한다.

by 류한길 Ryu Hank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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